일상 그리고 사회.

#81. 잘 풀린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결국은 푸른하늘 2022. 7. 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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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시트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딱히 직업이 없는 백수인 남자주인공이 가족 잔치에서 밥을 먹고 있는 와중에 친척이 요즘 뭐하냐는 질문을 하면서 남자주인공에게 "잘 풀릴거야, 힘내!"라고 위로의 말을 전한다. 

그러자, 남자주인공은 "왜 사람들은 밑도 끝도 없이 잘 풀린다고 말하는거야?"라며 불편한 감정을 털어놓는다. 

과연 잘 풀린다는 기준은 어느 정도일까?

돈을 많이 버는것? 남들이 인정할 만한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 돈 많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잘 하는 것?

프리랜서를 하겠다고 선언한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처음 한 달은 생각 보다 많이 의뢰를 받아서 작업을 했는데, 요 며칠은 좀처럼 작업의뢰가 들어오지 않아 마음이 심란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 사주 보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는 어디서 유명하다는 점집을 방문해서 내 사주를 보았단다. 그리고서는 '앞으로 잘 풀릴거야, 운이 트이면 안되는 것도 다 되더라.'라고 말을 하는데, 그 말에 괜한 피해의식인지, 자격지심인지 모르겠지만 화가 났다. 

 

난 분명 괜찮은데, 생각보다 내가 하는 일이 아직 돈은 많이 못벌어도 내 마음이 편하고 괜찮은데, 타인의 시선으로는 내가 아직도 안 풀리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라는 생각에 화가 났다. 

 

과연 그 기준은 어떤 것일까? 너무나도 주관적이라서 명쾌하게 답을 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있을까?

 

프리랜서가 한 번에 돈을 많이 벌고 고정적인 수입을 가질 수 있다면 그야말로 모두가 원하는 꿈의 프리랜서겠다. 

그런데 과연 그런 행운을 받는 프리랜서가 얼마나 될 것이고, 또 그러한 운을 가지기 까지 얼마나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견뎌냈어야할까. 

 

'잘 풀릴거야'라는 말 한마디에 나는 타인의 시선에는 아직 나는 30대의 시험 떨어진 프리랜서라고 깝죽되는 불쌍한 백수로밖에 보이는 것은 아닐까라는 괜한 피해의식이 또 생겼다. 

 

내면이 단단하고 나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하다면, 외부에서 뭐라 하든 내 자신은 언제나 잘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내가 가는 길에 의심없이 가겠지만, 

 

지금 나는 성공보다 실패를 더 많이 한 사람으로서 나에 대한 자존감이 매우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에 또 한 번 좌절을 느낀다. 

 

과연, 내 기준에도, 타인의 기준에도 '잘 풀리는' 날이 오기는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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