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리고 사회.

#88. 이터널선샤인과 스피노자, 그리고 사주

결국은 푸른하늘 2023. 1. 2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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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터널선샤인 영화를 다시 봤다. 사실 이 영화는 내 첫 남자친구이자 첫사랑(이라고 불러도 괜찮을)이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라고 알려줬고, 그 후부터 나도 누군가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고 하면 주저없이 '이터널선샤인'이요 라고 말했다. 

개그캐로 유명한 짐캐리가 작정하고 찍은 로맨스물인데 나는 여기서 짐캐리를 처음 봤기 때문에 그 후 짐캐리가 사실은 개그물 영화를 주로 찍는 배우라는 사실을 알고는 어지간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영화의 줄거리를 짧게 설명하자면, 남/여 주인공이 서로 사랑하지만, 또 서로를 너무 힘들어해서 기억을 지워주는 의사에게 찾아가 그와 그녀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워버리지만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도 다시 또 그들은 만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결국, 이루어질 사랑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내용. 

 

앞서 말한 이 영화를 처음 소개해준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는 이 영화를 볼때마다 울었고, 또 이런 병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아니다. 어짜피 이루어질 사랑이니까 다시 만나게 해달라는 기도를 참 많이 했었다. 

 

결국, 그는 어디서 뭘하면서 사는지 도통 알 수 없으나, 아무튼 이 영화를 볼 때마다 그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철학책을 즐겨 읽는 도중 이 영화를 다시 보니까 스피노자가 떠올랐다. 

 

스피노자는 "일어나는 모든 것은 필연적이며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다." 라며 인생의 "필연성"을 주장한 철학자이다. 

 

사실 나는 스피노자의 주장을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인생, 하물며 1초 뒤의 일들도 모두 태어날 떄부터 결정되어 있던 것이라면,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 금수저들뿐만이 아닐까 싶어서이다. 

 

아니나 다를까 스피노자는 부유한 부모를 둔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유산 상속도, 대학 교수직도 거절하고 렌즈 세공사로서 살아갔다고는 하지만, 그가 부유한 집안에서 받은 영향은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비슷하게 수학자 라이프니츠는 '예정 조화'론을 주장하면서 세계는 모나드라는 단위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것은 조화롭게 예정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두 철학자가 주장하는 것은 결국 모든 것은 예정되어 있는 것이며, 필연적이고 인간의 의지로는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흘러가는대로 살아가면 된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건 정말 금수저들에게나 해당하는 주장이 아닐까 싶다.

 

서양에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가 있다면 동양에는 사주가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사주를 믿지 않기로 했다 (물론 예전에는 오지게 믿엇지만).

 

사주가 별로라는 소리를 들으면 인간인지라 제대로 멘탈을 부여잡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주 풀이에 맞춰 따라가봐도 크게 성공한 적이 별로 없기도 해서이다. 

 

모든게 정해져 있고, 그대로 살아가야 한다면 한 번 사는 인생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스피노자가 말하는 "필연적" 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동의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또 모르지. 내가 조만간 큰 성공을 이룬다면 인생은 필연적이고 내가 성공하는 것 또한 필연적이라고 생각할지도.

 

결국 모든 것은 내 마음에 따라 생각이 바뀌는 주관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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